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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재산권_특허

동물에게서 영감을 받은 발명: 생체모방기술의 특허 문제

by unwolun 2025. 4. 8.

자연을 모방한 발명은 과연 특허 보호를 받을 수 있을까?

 

서론

새의 날개에서 영감을 받은 비행기, 도마뱀의 발에서 착안한 벽타는 로봇, 상어 피부 구조를 본뜬 수영복까지. 인간은 오래전부터 자연을 관찰하고, 동식물의 생존 전략을 기술로 전환해왔다. 이처럼 자연 생물의 구조나 기능을 모방한 기술을 생체모방기술(Biomimicry) 이라고 부르며, 최근에는 항공우주, 의료기기, 로봇공학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생체모방기술은 특허 제도와 충돌하는 몇 가지 복잡한 법적 문제를 안고 있다. 자연물은 원래부터 존재하는 것이고, 그것을 모방한 것이 진정한 ‘발명’으로 인정될 수 있을까? 생체모방 기술에 적용되는 특허 기준은 기존의 기술 발명과 어떤 점이 다를까?
이 글에서는 생체모방기술의 정의와 실제 사례, 특허 심사 시 쟁점, 국제적 분쟁 사례, 그리고 향후 제도 변화 가능성까지 분석해 본다.

동물에게서 영감을 받은 발명: 생체모방기술의 특허 문제


생체모방기술(Biomimicry)이란?

생체모방기술은 동물, 식물, 미생물 등 생물의 구조와 기능, 행동 패턴 등을 모방하여 새로운 기술이나 제품을 개발하는 방법론이다.
이 개념은 단순한 ‘모방’을 넘어서, 자연이 오랜 진화 과정을 통해 만들어낸 최적의 구조와 기능을 인간의 기술에 적용하는 고도화된 과학 기술로 평가받는다.

예시로 살펴보면:

  • 상어 피부 구조 → 항균성이 뛰어나고 마찰 저항이 적음 → 수영복, 선박 코팅에 적용
  • 게코(도마뱀붙이) 발 구조 → 분자 단위 접착 원리 → 무접착제 접착 패드 개발
  • 부엉이 날개 구조 → 비행 시 거의 소리가 없음 → 저소음 풍력터빈 및 드론 설계

이처럼 생체모방기술은 인간이 스스로 고안한 기술이 아닌, 자연을 관찰하고 분석한 결과이기 때문에 법적 권리 보호와 관련해 독특한 논쟁을 야기한다.


생체모방 기술은 왜 특허 심사에서 논란이 될까?

특허를 받기 위해서는 기술이 신규성(Novelty), 진보성(Inventive Step), **산업상 이용 가능성(Industrial Applicability)**이라는 3가지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그런데 생체모방기술은 이 중에서 특히 신규성과 진보성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1. 신규성(Novelty) 문제

자연에서 이미 존재하는 구조를 모방했을 뿐이라면, 특허 심사관은 **“이건 새로운 것이 아니다”**라고 판단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상어 피부의 미세 구조를 모사한 소재를 개발했을 경우, 심사관은 “상어 피부는 이미 존재한다”는 이유로 신규성을 부정할 수 있다.

2. 진보성(Inventive Step) 문제

자연의 원리를 그대로 기술에 적용했다면, 누구든 생각할 수 있는 단순 모방으로 판단될 수 있다. 따라서 단순한 모방을 넘어, 그 기술에 창의적 해석과 기술적 구현 방법이 얼마나 들어갔는지가 핵심이다.


특허청은 생체모방기술을 어떻게 판단할까?

한국 특허청(KIPO)은 생체모방기술도 다른 발명과 동일한 기준으로 심사하되, 기술 구현 방법의 구체성에 집중하고 있다.

특허청의 주요 심사 기준:

  • 자연물의 단순 묘사가 아닌, 기술적 적용 가능성이 구체적으로 설명되어야 함
  • 자연에서 관찰한 결과를 바탕으로, 실질적인 공학적 문제 해결이 있어야 함
  • 단순한 외형 복제는 안 되며, 기능적 구현 방식이 명확해야 함

즉, 단순히 “게코의 발을 모방한 접착 기술”이라고 설명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분자 단위의 접착 메커니즘을 어떻게 인공적으로 구현했는지를 기술해야 한다.


생체모방기술 관련 실제 특허 등록 사례

✅ 사례 1 – 나비 날개의 구조를 모방한 반사 필름

빛의 굴절과 반사 원리를 모방하여 고해상도 디스플레이에 사용되는 무안경 3D 필름 개발 → 국내 특허 등록 성공

✅ 사례 2 – 선인장의 물 수집 원리를 응용한 응축 장치

선인장이 공기 중 수분을 효율적으로 모으는 구조를 응용 → 사막 지역용 수분 수집 장치 특허 등록

✅ 사례 3 – 거미줄의 강도 구조를 활용한 신소재 개발

거미줄의 단백질 구조를 기반으로 초경량 고강도 섬유 개발 → 의류 및 산업용 자재에 응용

이들 사례는 모두 자연의 원리를 관찰하고 이를 공학적으로 해석·구현한 것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국제적 분쟁 및 주목할 사례

⚖️ 일본 – ‘로터스 잎 구조 기반의 자가세척 코팅 기술’

한 일본 기업이 로터스(연꽃) 잎 표면의 발수 구조를 모방해 자동차용 코팅제를 개발했는데, 다른 기업이 유사 기술을 상용화해 특허 침해 소송이 발생했다.
쟁점은 ‘연꽃 표면 구조는 자연의 것이므로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가?’였지만, 최종적으로 법원은 “기술적 구현 방식이 독창적이었다”는 이유로 원고 측 손을 들어주었다.

이 사례는 자연을 모방했다고 해도 구현 방식이 독창적이라면 특허로 보호받을 수 있다는 중요한 판례로 남았다.


향후 전망: 생체모방기술, 특허 제도의 미래

생체모방기술은 향후 10년 안에 신약 개발, 스마트 소재, 나노기술, 친환경 설계 등의 핵심 분야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특허 제도도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다.

  • 자연 모방 자체보다, 기술적 구현 메커니즘 중심의 심사 확대
  • 생물 다양성과의 충돌 방지를 위한 윤리적 특허 심사 기준 도입
  •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을 고려한 특허 우선심사 제도 확대

결론

동물과 식물의 놀라운 생존 전략은 인간 기술의 새로운 길을 열어주고 있다. 생체모방기술은 단순한 자연 관찰을 넘어, 자연과 기술의 융합을 통한 혁신을 실현하는 핵심 열쇠다.
그러나 자연은 모두의 자산이라는 점에서, 생체모방기술이 특허로 보호받기 위해선 기술적 창의성실질적 구현력이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

특허 제도는 이제 단순히 ‘누가 먼저 만들었는가’가 아니라, 누가 자연을 더 정교하고 과학적으로 해석했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앞으로 생체모방기술이 더 널리 퍼지고, 더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수록, 이 분야의 특허 전략은 모든 창의적인 기업에게 중요한 무기가 될 것이다.